수많은 시장기관, 에너지 전문가, 투자자들이 국제유가를 예측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수많은 변수에 따라 요동치는 국제유가를 예측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유가 뿐 아니라 주가, 금값, 곡물시세 등 뭐든지간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를 대략적이나마 예측하고 싶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보는 눈을 키우고 싶다면 유가차트를 볼 것이 아니라 유가를 움직이는 뒷배경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그 원리를 파헤쳐 봐야 할 것입니다.
[수요와 공급]
석유는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이 발생할 때 가격이 크게 변동합니다. 투기세력들의 놀이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크게 튀고, 공급이 초과하면 유가는 폭락합니다.
수요는 인구, 날씨, 내연 자동차 판매량, 전력수요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좌우됩니다. 공급은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정책에 좌우되며, 중동국가들은 OPEC이라는 카르텔을 만들어서 공급과 가격을 조절합니다.
OPEC에는 12개 나라가 가입되어 있습니다(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카타르,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리비아, 알제리, 앙골라,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회원국들간에 의견에 불일치가 발생하거나, 미국,러시아 같은 비OPEC 산유국들이 OPEC과 반대로 움직이면 가격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주요 산유국 및 오일기업]
<중동>
사우디아라비아 : 세계 최대의 산유국입니다. OPEC의 리더이며, OPEC내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제유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웨이트 :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동의 대표적인 산유국입니다. 나라는 작지만 막대한 석유매장량 덕분에 매우 부유한 경제력을 갖춘 나라입니다.
UAE(아랍 에미리트) :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라스 알 카이마, 푸자이라, 움 알 쿠와인, 아지만 이라는 7개의 토후국으로 구성된 연합왕국입니다. 인지도 면에서는 두바이가 제일 유명합니다만, 두바이에는 석유가 별로 없고, 아부다비가 UAE가 보유한 석유매장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카타르, 이란, 이라크가 주요 산유국으로서 시장에 석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북미,남미>
미국 : 미국은 석유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는 않습 니다만, 미국도 엄연한 산유국으로서, 그리고 석유 결제통화이자 기축통화인 달러 발행국으로서 국제 석유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 모래에 섞여있는 샌드오일의 매장량이 많습니다. 원유매장량은 많지 않습니다.
베네수엘라 : 엄청난 석유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치 불안정으로 경제는 지금 파탄상태입니다. 유전에서 나오는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해외 석유 기업들을 추방시켰는데, 자체적인 유전 개발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그 유전들을 개발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 대서양 해저에 엄청난 양의 석유가 묻혀 있으나 몇년전의 저유가 여파로 개발이 지지부진했고,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부정 스캔들 등으로 보유 유전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
러시아 : 대표적인 산유국으로서 대량의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사실상 석유 & 가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하락시 경제에 많은 타격을 받습니다.
영국 : 북해에 유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석유는 금융산업과 더불어 영국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 중 하나입니다.
<오일기업>
로열더치쉘(영국,네덜란드), BP(영국), 엑손모빌(미국), 쉐브론(미국), 토탈(프랑스)
전세계 곳곳에 수많은 유전과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는, 오랜 역사를 지닌 거대 다국적 오일 메이저들입니다. 오랜 업력과 축적된 자본을 바탕으로 국제 석유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아람코(사우디), 가스프롬(러시아), 페트로나스(말레이시아), 페트로브라스(브라질), CNPC(중국), PDVSA(베네수엘라), NIOC(이란)
신흥국들의 국영석유기업들입니다. 각국의 에너지개발을 주도하는 기업들입니다.
[석유 시장은 어떻게 움직여 왔나]
산유국과 석유기업들은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석유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카르텔 형성 : 단합하여 기름값을 올리자>
OPEC의 탄생 배경입니다. 막대한 석유를 가지고도 서구 오일메이저 앞에서 휘둘리던 중동의 산유국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세운 기구입니다.
1960년 설립되었고, 1970년대에 석유가격을 크게 올려 오일쇼크를 촉발시킴으로서 존재감과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인수합병 : 덩치 키우기>
미국 석유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독점기업 스탠더드오일이 1911년에 반독점법으로 인해 33개 회사로 분할된 이후, 각 석유 기업들은 합종연횡과 합병을 통해 현재의 슈퍼메이저로 재탄생했습니다.
산유국, 석유기업들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합병을 하는 이유는 공급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여 이익을 독점하려는 것이 그 주 목적입니다.
[셰일오일/가스의 등장과 치킨게임]
꽤 오랫동안 20~40달러 정도를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폭등하기 시작합니다. 그간의 석유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현상이었습니다. 덕분에 산유국들과 석유회사들은 엄청난 돈을 벌었습니다.
돈 되는 분야에는 새로운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게 마련입니다.
지속되는 고유가 덕분에 기존에 경제성이 없어 개발하지 못했던 유전에 대한 개발 계획이 잡히게 되고, 신흥 산유국의 국영 석유기업들이 큰돈을 벌게 되면서 기존 서구 오일메이저 및 전통적인 중동 산유부국들의 입지를 위협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상품의 가격이 너무 높으면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상품들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태양광,풍력 같은 친환경 에너지들이 한 때 각광을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크게 확대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셰일오일이 등장했습니다. 이것의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석유로 먹고사는 사우디는 이걸 절대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미국 셰일업체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우디는 유가를 폭락시킵니다.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미국의 셰일업체들은 상당히 오래 버텼고, 그 와중에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들은경제가 초토화
되었습니다. 사우디도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그간 벌어두었던 돈이 워낙 많아서 버티는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반면 경제력이 약한 국가와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의 움직임과 앞으로의 전망]
오랜 치킨게임으로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그 중 상당수는 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OPEC은 석유가격을 올리기 위해 감산을 했고, 이후 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서 배럴당 60~70달러 대의 가격대가 형성이 되었다가 다시 꺾여서 지금은 50달러대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저유가 기간동안 구조조정과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를 낮췄고, 저유가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했습니다. 업체별 정확한 손익분기점은 알 수 없지만 대략 배럴당 40~50달러 수준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추측됩니다.
제가 봤을 땐 지금 딱 이 정도 내지는 이보다 약간 더 높은 유가가 현재 살아남아 있는 기업들에게 적당한 석유가격인 것 같습니다. 유가가 너무 오르면 또 다시 새로운 시장참여자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러면 또 치킨게임을 또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치킨게임이 또 발생하게 된다면 그 폐해는 실로 막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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