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투자 / / 2019. 1. 13. 01:26

조선업계 생태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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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는 그 사업영역이 글로벌하고, 전방과 후방 산업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업계 속에는 전세계 수많은 국가의 기업과 기관들이 고유한 포지션을 구축하며 업계 생태계의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각 대륙 및 주요 국가별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유럽 - 과거의 지배자, 핵심 기자재 및 설계/엔지니어링, 해운업계의 강자]


영국이 한 때 조선업의 최강자였습니다. 당시 획기적인 혁신이었던 리벳공법을 고안하여 조선업계의 선두주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조선업 자체로는 입지가 매우 약해졌습니다.


그러나 일부 특수선 및 크루즈선 분야(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여전히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크루즈선이 아직까지 유럽 조선업의 자존심을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와 독일의 메이어 베르프트가 크루즈선으로 유명합니다.




조선업은 쇠퇴했지만, 그렇다고 아무 대바없이 물러난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살 길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선박의 중요 핵심기자재 및 해양플랜트의 엔지니어링 기술은 아직도 유럽이 경쟁력이 있습니다.


ABB, SIEMENS 같은 기자재 업체와, 테크닙 같은 엔지니어링 업체들, LNG 화물창 특허를 보유한 GTT 같은 회사들이 건재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소들이 극복해야 할 영역입니다.


그리고 선박기술의 표준을 제정하고 황산화물 배출제한 등 해사정책을 결정하는 등등의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도 유럽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주요 선급(선박 건조를 감독하는 기관) 역시 대부분 유럽에 있습니다. LR(영국), DNV·GL(노르웨이, 독일), BV(프랑스).


또한 유럽은 조선업은 많이 쇠퇴했지만 조선업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해운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Maersk나 MSC라고 씌여 있는 컨테이너 박스를 싣고 가는 트럭을 종종 보았을 겁니다. 유럽의 대형 해운사들이 세계 해운업을 주름잡고 있습니다.




해양플랜트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영국 오일메이저 BP와 영국-네덜란드계 오일메이저 Royal Dutch Shell도 한국에 발주를 많이 합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고객들입니다.


한국 조선업의 고객들이 유럽에 많이 있기 때문에 유럽의 경제가 어려워지면 한국 조선소에도 타격이 큽니다. 특히나 그리스가 해운업이 매우 강한 나라인데 요즘 나라경제가 매우 어렵네요(그런데 그리스 경제와 그리스 해운사들의 경기는 서로 별개입니다).






[일본 - 과거의 최강자, 현재는 자국발주로 근근히 버티는 일본의 조선소들]


영국에 이어 가장 최근까지 조선업을 이끌었던 나라입니다. 전성기 시절의 일본은 조선업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산업 분야에서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쇠퇴하여 더 이상 한국과는 선박건조에서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자국 해운사의 발주를 등에 업고 과거에 비해 비교적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더 이상 한국의 경쟁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조선산업이 호황이었던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형 조선소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또 취업준비생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높은 연봉,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강도, 정년보장까지 되는 회사였습니다. 


지금은 조선업이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서 더 이상 인기가 없습니다만,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조선업은 최고의 시절을 누렸었습니다. 그래서 똑똑한 젊은사람들이 조선소에 많이 들어갔고 그래서 회사가 생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조선소는 세계 조선업이 호황인 시절에도 직장으로서 별로 인기가 높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에 입사했던 나이든 사람들만 남아있고, 신입사원들도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경쟁이 안되지요. 일본에서는 조선업보다는 해운사가 직장으로서 인기가 더 높습니다.



[한국 - 현재 조선업계의 지배자]


일본에 이어 현 조선업의 왕좌를 이어받은 한국입니다. 과거 조선업 불황기에 일본이 투자와 설비, 인력을 줄일 때 정반대의 결단을 내려 이후 찾아온 호황기에 발주물량을 싹슬이 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업계의 승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조선업계 1,2,3위 기업이 모두 한국회사입니다.


<전성기 시절 한국 조선업의 위상>

※2007년 1월 수주잔량 기준 세계 조선업계 순위



조선업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건조 분야에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건조만). 최근에는 조선에서 탈피하여 해양플랜트, 중전기, 대체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 시도 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해양플랜트 건조 외에제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해양플랜트도 기본설계역량 부족과 유가하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해양플랜트 건조의 강자이기는 한데, 정말로 건조만 잘합니다. 기본설계에서 핵심기자재 조달까지 대부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조선과는 달리 해양플랜트 분야의 핵심기술은 유럽이 꽉 잡고 있어서 국산화율이 매우 낮습니다. 잘 봐줘도 30%가 안될 것입니다.



FPSO (Floating Production Storage Offloading)



그래서 국내 조선소들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중국의 추격을 극복할 장기적인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기자재 국산화 등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너무 복잡하면서도 수익 내기가 어려운 것이 해양플랜트인 것 같습니다.



[중국 - 한국의 강력한 추격자]


중국은 거대한 규모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수국조(자국 배는 자국에서 건조한다) 논리에 따라 자국 조선업을 적극 육성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불황으로 수많은 중소 조선소들이 쓰러져 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워낙 나라가 크고 돈도 많고 국가적으로 육성을 하고 있어 경계를 늦출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조선업계가 전세계적으로 다 같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후 찾아올 수도 있는 호황기에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입니다. 벌크선 같은 범용 선박 건조에서는 중국이 많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유조선, 벌커, 중소형 컨테이너와 같은 선박건조에는 그렇게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유조선은 중국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범용 선박을 건조하는 우리나라 중소형 조선소들의 미래가 암울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미 대부분 망했습니다. 고부가 특수선, LNG선, 해양플랜트 등을 건조할 수 있는 대형업체들만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 석유,가스 시장의 판을 바꾸는 국가]


수많은 산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미국입니다만, 조선업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엑손모빌, 쉐브론 같은 오일메이저들이 한국 대형 조선소의 고객들으로서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유가를 낮춤으로서 오일 치킨게임을 불러일으켜 현재의 해양플랜트 산업을 침체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산업 자체로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미국은 그냥 판을 통째로 바꾸는 위엄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 저유가 여파로 힘들어하는 중, 미약한 조선업]


최근 조선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 중인 러시아입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즈프롬, 소보콤플로트 같은 우리나라 조선소들의 고객사들이 꽤 있는데, 최근까지의 저유가 여파로 이들도 형편이 그리 좋지는 않은 듯 합니다.






[브라질 - 저유가 여파로 힘들어 하는 중, 미미한 조선업]


브라질 역시 조선업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투자를 했었는데요, 역시나 우리나라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유조선도 제대로 못 만들어서 납기를 지연시키는 나라입니다. 다만 페트로브라스라고 하는 대형 석유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동 - 석유시장의 글로벌 리더, 저유가 여파로 힘들어하는 중, 선박건조능력 전혀 없음]


여긴 경쟁자라 할 만한 조선소가 없습니다. 오직 고객들만 있습니다. 초대형 우량 고객들입니다. 물론 이들 역시 최근의 저유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때 카타르에서 우리나라 조선소들에게 엄청난 척수의 LNG선을 발주하는 등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VIP급 고객들이 즐비한 곳인데요.


최근에는 발주가 뜸합니다. 유가가 상승 안정화되고 중동 국가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투자를 하고 우리나라 조선소들도 그 수혜를 볼 수 있을 텐데. 그게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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