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거의 보여 준 적 없는, 그야말로 엄청난 폭풍 성장의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중소기업도 아닌 거대 글로벌 기업의 실적이 이렇게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모습입니다. 한 기업이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모습을 보여 줄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잘 나가는 데에는 오랫동안 변함없이 세계1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삼성전자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오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리고 최근 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맞이하면서 그 역할과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2018년 4분기에 실적이 꺾이면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는 있습니다만, 외부 업황이 아닌 회사 자체의 경쟁력에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그 중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가 이렇게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근본적인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잘못된 오해]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의 성공의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 하청업체 단가를 후려쳐서
- 자사 직원들을 열심히 갈구고 뼈빠지게 부려먹어서
- 정경유착을 통해 정부 지원을 받아서
- 막대한 자금력으로 대한민국의 인재들을 싹쓸이하기 때문에
모두 부정적인 내용들 뿐입니다. 누군가를 갈구고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렇게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그러나 하청업체 단가 후려지고 직원들 혹사시키고 등등 하는 것은 삼성전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입니다(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고쳐져야 할 것입니다).
위와 같은 논리라면 우리나라 대기업들 모두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정도 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단가 후려치기, 직원 갈구기만 열심히 해서 세계1등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도 오랫동안 말이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이런 대단한 경쟁력과 글로벌한 위상을 갖게 된 데에는 위에 적어놓은 것 외에 분명 남들과는 다른 어떤 차별적인 것이 있을 것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경쟁력의 비밀, 핵심은?]
예전에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의 독보적인 경쟁력의 원천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위에 링크한 글들은 2006년에 작성된 글들입니다. 지금이 2019년이니까 그로부터 13년이 지났군요. 13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경쟁력은 더 강력해졌습니다.
극도로 경쟁이 치열한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하청업체 후려치기, 직원 혹사시키기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내수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정경유착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통신, 정유, 면세점 같은 내수용 산업은 정경유착이 경쟁사를 물리치는데 매우 큰 힘을 발휘합니다. 정부 허가가 사업성공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같은 분야는 소용이 없습니다. 오직 기술만이 경쟁력을 보증합니다.
위 링크의 글 내용 중에서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삼전보다 뛰어난 기업들이 몇 있는데, 첫번째로 도요다를 꼽을 수 있겠죠. 수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고, 실제 생산현장을 공개하는 정책으로, 도요다 생산방식 전파에 앞장섰지만, 성공한 예가 거의 없습니다."
"단순한 예를 하나 들면, 도요다 생산방식에 문서로 만드는 것이 엄청 강조 되어 있습니다. 그거 중요한 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학교 실험실에서 장비로그북 하나 써보려고 하면, 그거하나 제대로 쓰는 실험실을 찾기가 어렵죠."
"석사를 할때 management 과목들을 수강하게되었는데, 말씀하신 바와 같이 토요타 방식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 대단하다는 토요타 방식이 제가 듣기에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들을 여러가지 전문용어를 써서 정리한 것으로 밖에 안들리더군요. 영국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일지 몰라도, 제게는 그렇게 밖에 안들렸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모 대기업에서 일을 해보니... 그 뻔한 것이 정착되지 않고 형식으로 겉도는 것을 느낍니다. 조직의 문화, 개개인의 사고방식에 대한 변화가 교육을 통해서 조직에 정착되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느낍니다."
위 내용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의 비밀 - 뻔한 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
"날마다 아침,점심,저녁을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 하고, 술/담배, 인스턴트 식품을 멀리하면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 수 있다."
위 문장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당연한 거 아냐?"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당연하고 뻔한 것을 지키면서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몸에 별로 안좋은거 알지만, 안먹을 수가 없네, 맛있어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하나 들면,
문서를 작성할 때
1) 양식으로 회사 전체적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2) 동일한 용어(표준용어)를 사용하고,
3) 표준규칙에 따라 문서에 체계적으로 이름과 번호를 매겨,
4) 내부 구성원들 모두가 다 볼 수 있는 전산 시스템에 등록을 하면
문서작성 및 보관,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뛰어난 효율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뻔한 것을 제대로 하는 회사, 정말 찾기 어렵습니다.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각 부서별로, 사람마다 각자 자신들만의 양식을 쓰고, 같은 대상을 부르는 용어도 다 다르고, 문서이름과 번호로 마음대로 쓰고, 자기만, 혹은 부서원들만 볼 수 있는 PC나 서버에 문서를 저장하는 식으로 일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러면 문서를 작성하는 것도 비효율적이고, 나중에 문서를 찾기도 어렵고, 부서간 소통도 잘 안되어서 일을 하는데 많은 비효율과 낭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회사가 끈질긴 노력을 통해 수 많은 직원들이 1), 2), 3), 4)에 따라 업무를 하도록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하여 놓았다면 이 회사는 같은 업계의 경쟁사에 비해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만큼 경쟁력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조직문화 - 알면서도 따라할 수 없는 것]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해낸 일이 바로 그러한 일인 것 같습니다.
매우 효율적이고 조직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체계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는 조직문화가 정착되어 경쟁사들을 앞서 나갈 수 있게 된 것일 것입니다. 내부 구성원 개개인은 실감할 수 없겠지만(업무 프로세스와 규칙이 까다로워서 짜증이 날 듯 합니다), 조직 전체로 보면 분명 그러할 것입니다.
이런 업무 프로세스, 시스템, 조직문화는 안다고 해도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은 베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문화는 알아도 따라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뻔하지만 따라할 수 없는 조직문화, 그것이 오늘날의 삼성전자 반도체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만든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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