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투자 / / 2019. 1. 22. 00:57

조선업계 치킨게임과 빅3의 부활(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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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조선업체들은,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체들은 "너죽고 나 살자" 식의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대형조선소들이 그 승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상황이 거의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중입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투자 타이밍이겠지요.


그 전에, 조선업 전체 판을 보는 차원에서 치킨게임이라는 것이 뭔지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치킨게임의 유래/의미]


1950년대에 미국의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이 있었습니다. 도로 양쪽에서 두 사람이 각자 자기 차를 몰고 마주보며 돌진하다가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입니다. 그리고 먼저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치킨)가 됩니다.



치킨에 '겁쟁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둘 다 핸들을 꺾지 않으면 둘 다 죽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치킨게임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난 절대 핸들을 꺾지 않을거야"라는 신호를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킨게임은 끝까지 가게 되면 둘 다 죽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나는 절대로 피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인상을 각인시켜 주면 상대방이 먼저 핸들을 꺾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이런 게임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기업간 치킨게임]


요즘에는 주로 기업간 경쟁에서 치킨게임이 종종 일어납니다. 상대방이 시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제품 가격을 계속 낮추면서 쉬지 않고 제품을 생산, 시장에 공급하는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치킨게임은 물량전입니다



이 경쟁에서 먼저 손을 들고 제품가격을 올리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쪽이 패배합니다. 그리고 승자는 패자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든 만큼 점유율을 더 차지하여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기업간 치킨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원가경쟁력입니다. 조금이라도 낮은 원가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 100원짜리 물건을 하나 생산하는데 A사는 원가 100원, B사는 원가가 90원이라 한다면, B사는 90원까지는 적자내지 않고 제품을 팔 수 있습니다. 그러나 A사는 계속해서 물건 하나 팔때마다 10원씩 적자를 보게 되고,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A사는 시장에서 물러나는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치킨게임의 승자인 B사가 시장을 차지하고 제품가를 올려 큰 수익을 취하는 식으로 기업간의 치킨게임은 마무리 됩니다.


기업간 치킨게임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독일,대만의 경쟁사들을 죽이고 치킨게임 최후의 승자가 되어 미국의 마이크론과 함께 시장을 과점하고 있습니다.


정치/외교/군사 쪽에서도 치킨게임이 종종 발생합니다. 어떠한 법안이나 정책 통과 여부를 가지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두 정치인 or 정당이 대치를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치킨게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군사 분야의 경우는, 국가간 국경 분쟁 같은 문제로 양국의 군대가 서로 상대방이 물러날 때까지 대치를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인데요.


이런 게임에서는 끝까지 갔을 때 잃을 것이 많은 쪽이 패배를 하게 됩니다. 


A정당과 B정당이 서로 대치 중인데, A당은 져도 지지도에 큰 타격을 안 입는 반면, B당은 여기서 패배하면 지지율이 급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B당이 먼저 절충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머리를 숙이고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나 외교, 군사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치킨게임이 끝까지 갔을 경우에 그 다음 단계로 선택할 수 있는 플랜B를 최대한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평소에 그러한 옵션들을 열심히 확보하는 활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치킨게임 사례★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


지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외국기업은 미국의 마이크론이 3위 자리를 차지하는 정도로 한국기업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평정했지만, 한 때는 훨씬 더 많은 기업들이 있었습니다.




삼성전자(한국),하이닉스(한국),엘피다(일본),마이크론(미국),키몬다(독일),파워칩(대만),난야(대만)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은 2002년 미 법무부가 7개 D램 제조사들의 가격담합 혐의를 조사 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가격담합을 통한 D램 가격을 유지가 불가능하게 된 7개사는 이때부터 가격을 낮추면서 치킨게임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 1월 독일의 키몬다가 파산, 뒤이어 일본, 대만 업체들이 무너지면서 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업계 최상위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굳건해지면서 과점체제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을 겪었던 두 회사는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을 올려 왔습니다. 이렇게 번 돈으로 다시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생산량을 늘리면 후발주자의 추격을 원천차단할 수 있습니다.



[유가 치킨게임]


한 때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서 고공행진 하던 유가, 하지만 2014년 중반부터 폭락하여 불과 반년만에 고점에서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고유가 덕분에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하던 석유기업들과 산유국들은 유가 폭락 이후 반대로 돈이 없어 허덕이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이 나네요.





오일의 공포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저유가 현상은 시장의 기존 강자들이 개도국의 신흥 강자들을 몰아내고 석유시장을 독차지하기 위한 치킨게임의 결과라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강자는 엑손모빌(미국), 쉐브론(미국), 로열더치쉘(영국,네덜란드), BP(영국) 이고 개도국의 신흥강자는 아람코(사우디), 가즈프롬(러시아), CNPC(중국), NIOC(이란), PDVSA(베네수엘라), 페트로브라스(브라질), 페트로나스(말레이시아) 입니다.


오랜 사업의 역사와 탄탄한 자금력을 보유한 기존 강자들이 저유가를 유도, 재무구조가 취약한 개도국의 신흥강자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자 하는 것이 현 저유가 현상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시장의 파이는 한정되어 있는데 새롭게 진입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드니까요.



치킨게임이 끝나고 나면 체력이 약한 일부 기업들은 파산하거나, 혹은 다른 기업으로 흡수 됩니다. 그렇게 해서 시장은 소수의 대형기업들이 과점하는 형태로 재편이 됩니다.


이후 다시 호황이 오면 이들은 시장을 독차지한 덕분에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게 됩니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러한 것처럼 말입니다.



[조선업계 치킨게임]


2002년 전후 ~ 2012, 2013년, 약 10여 년동안 전=세계 조선업계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돈을 긁어 모았습니다. 조선소는 대졸자들의 최고 직장으로 떠올랐고, 조선소의 직영 청년들은 그 지역의 최고 신랑감으로 몸값이 치솟았었죠.


어느 분야가 돈이 된다고 하면 너도 나도 달려들어 한몫 챙기려 하는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조선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선업이 돈이 된다 하니 너도 나도 조선소를 건설하고 배를 수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엄청난 수의 조선소들이 세워졌는데요. 그래서 공급과잉이 발생했고, 뒤이어 찾아온 조선업 불황을 맞이하여 경쟁력이 약하고 체력이 허약한 조선소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중소조선소들이 무너지는 동안 대형 조선소들은(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중국의 상위 대형 조선소들) 그동안 모아놓은 돈 + 대형EPC 해양플랜트 수주(우리나라 빅3 조선소, 나중에 폭탄이 됨)로 현상유지 하다가 해양플랜트 폭탄맞고 대규모 적자 시현, 세금투입(대우조선해양), 유증(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근근히 버텨 왔습니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중국조선소들은 원가경쟁력이 매우 약합니다. 인건비가 우리나라 조선소들보다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정부의 세금투입, 보조금 지급으로 버티고 있는 중인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중국 조선소들은 점점 무너지고 있는 중입니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9012009185501859


우리나라 역시 중소형 조선소들은 망했거나 망하기 일보직전이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도 여전히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만, 그래도 조선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는 조선업 치킨게임의 최후 승자가 되기에 여전히 충분한 경쟁력과 체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조선업계의 치킨게임이 언제 끝날지 그 시점은 분명하지 않지만, 분명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이후 다가올 호황의 수혜를 온몸으로 누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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