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 / 2019. 7. 14. 17:09

훌륭한 목수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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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목수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구가 부실하더라도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인데요, 저는 이 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무리 목수가 실력이 뛰어나도 날이 다 나가고 녹이 잔뜩 슨 톱을 가지고 정상적인 실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같은 실력이라면 날카롭게 잘 갈려 있는 톱을 쓰는 것이 훨씬 낫겠죠.




목수에게 톱을 새로 살 수 있는 돈이 있거나 톱을 갈 수 있는 연돌이 있다면, 즉 도구를 선택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훌륭한 목수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수에게 연장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면 이 말은 정당성을 상실합니다.


이 상황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데요, 사무직 직장인이라면 컴퓨터를 가지고 거의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게 되겠죠.






그런데 이 컴퓨터가 느리다면? 데이터 내려받는데 몇십분이 걸리고, 에러가 나서 일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면?


이 사람에게 새로운 컴퓨터를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더 빠른 컴퓨터를 신청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권한이 없다면?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했을 때 상사가 "훌륭한 목수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며 핑계대지 말라고 면박을 준다면? 당사자는 속이 터지겠죠.


"훌륭한 목수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


실무자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은 제공해 주지 않으면서 왜 일을 제대로 못하냐고 닦달하기만 하는 관리자/고용주들이 자신들의 무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은 아닐까.. 하고 삐딱하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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