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3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조선과 해양부문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벗어나기 위해(현대중공업은 다소 예외) 그동안 다양한 신사업과 인수합병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 사례들을 살펴 보고자 합니다.
[풍력발전 사업 진출]
현대중공업은 2010년 야케라고 하는 풍력발전기 기어박스 전문회사를 인수하면서 풍력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2009년 사내에 풍력사업부를 신설하고 대규모의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드윈드라고 하는 풍력발전 회사를 인수하며 풍력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지금은 관심권 밖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풍력사업은 조선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시장 전망도 밝고 기술적으로 겹치는 부분도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3사 모두 풍력사업에서 지속적의 적자를 내면서 점점 골칫덩어리로 전락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야케는 2011년 411억 원, 2012년 351억 원 적자를 냈습니다.
삼성중공업의 풍력사업부도 수익을 내지 못해 사업부에서 부서가 되었다가 지금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풍력 계열사 2곳을 16억원에 매각했고, 1,400억원을 들여 인수했던 드윈드도 청산했습니다.
[해양플랜트 EPC공사]
2008년 리만 사태 발생으로 선박금융 시장이 경색되어 선박 발주는 크게 줄어든 반면, 2010년 부터 고공행진했던 유가 덕분에 해양플랜트 건조 시장은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부터 발주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규모의 수주를 연속적으로 성공시키며 야드에 일감을 가득 채웠습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건조 역사는 매우 깁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수주한 해양플랜트는 이전과는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설계, 자재 구매/조달, 생산 전 과정을 조선소가 모두 책임을 지고 수행하는 프로젝트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공사를 EPC 공사라고 부릅니다(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이전에는 설계는 설계전문업체가, 중요 자재는 발주처가 구매해서 제공해 주면 조선소는 그것들을 받아서 건조하기만 하면 되는 형태의 프로젝트였습니다. 부문별로 책임이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EPC 공사는 조선소가 모든 책임을 지는 형태로 계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설계업체가 도면을 늦게 보내도, 중요 자재 입고가 늦어져도 다 조선소 책임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수주를 많이 받은 바람에 품질문제, 납기지연이 속출했고 다른 선박 건조 공사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대규모 손실이 날 당시의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이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사업을 축소했고 삼성중공업만 해양플랜트를 꾸준히 수주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영국 BP사로부터 매드독2 FPU 프로젝트를, 이탈리아 ENI사로부터 FLNG를 수주했습니다. 2019년에는 인도 릴라이언스사로부터 FPSO 1기를 수주했습니다.
[건설사업]
대우조선해양은 2006년 제이알종합건설이라는 건설사를 인수한 후 회사명을 대우조선해양건설로 바꾸면서 계열사로 편입시켰습니다. 엘크루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2011년 수주 1조원 달성으로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모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다른 곳으로 매각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한국테크놀로지라는 회사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정유산업]
2010년, 현대중공업은 UAE의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로부터 오일뱅크를 인수했습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0&no=626668
이것은 최근 조선3사의 신사업 및 기업인수 건 중 수익 측면에서 가장 성공이면서 아마도 유일한 성공 사례인 것 같습니다.
2016년 해양플랜트 적자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을 때 현대중공업만 유일하게 1조 6,419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이익이 9,656억 원이었습니다.
이후 기업분할 및 지배구조 변경을 거쳐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의 자회자로 편입되었습니다. 지주회사가 된 이후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지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당시의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배구조 모습
지금은 조선소들이 모두 현금사정이 좋지 않아 신사업 추진이나 인수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입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사상 최대의 딜이 이루어지긴 했는데, 이건 조선소가 다른 조선소를 집어삼키는 모습이라, 신사업, 사업다각화와는 거리가 먼 사례입니다. 조선소가 그냥 더 커지는 거죠.
향후 시황이 개선되고 자금 사정이 나아지면 조선소들은 다시금 사업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할 텐데, 과거의 실패사례를 교훈삼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신중한 판단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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