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시험의 무게중심이 토익에서 오픽(OPIc)으로 이동하면서 이와 관련한 서적과 학원 및 교육 프로그램들이 그간 많이 생겨났습니다. 토익이 실전 회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회화평가시험인 오픽이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죠.
채용 및 입사이후의 고과에도 반영이 되기 때문에 오픽을 공부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픽(OPIc)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시험준비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회화 실력 향상 없이는 일정한 한계를 넘을 수가 없죠. 결국 시험 고득점을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 영어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터넷을 하다보면 영어공부와 관련된 광고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마치 순식간에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을 것처럼 광고를 해 놓았더군요.
두어달만에 영어를 정복하고, 몇 주만에 수천개의 영단어를 외우고.. 마치 기적을 보는 것 같습니다만, 오랫동안 영어공부를 하면서 온갖 쓴 맛과 고뇌와 정체와 좌절의 기간을 거쳐 간신히 오픽1등급을 획득한 사람으로서, 영어공부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써 볼까 합니다.
1. 영어공부는 어릴 때 하는 것이 좋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면, 주변에서 어른들이 하는 말만 듣고도 곧잘 따라하면서 나날이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고 있으면 신기하지요. 어떻게 그냥 듣기만 하는데 저렇게 말하는 실력이 쑥쑥 늘까? 하는 생각이 들지요.
아직 말을 배우는 단계에 있는 아이들의 뇌는, 말을 듣기만 해도 그것을 스폰지처럼 흡수하여 머릿속에서의 재구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서 그런 능력은 점차 사라집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직 말을 배우기 전의 아이들은 아는 단어가 없습니다. 알고 있는 단어도 없고, 당연히 문장도 만들 수가 없지요. 처음에 "엄마", "아빠","사과" 등등의 단어를 들어도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주변에서 말을 해주면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인지하게 되고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문장을 만들어내면서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성인이 된 후에는 이미 뇌가 한국어로 세팅이 되어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매칭시켜 주는 작업이 필요하게 됩니다. 한 단계가 더 생겨버리는 것이지요.
몇몇 사람들은 계속해서 듣기만 해도 귀가 트인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아래 단어를 보시죠.
rodenticide [roudéntəsàid]
???
어려운 단어입니다. 들어보면 "로덴터싸이드"라고 들립니다. 몇 번 반복해서 들으면 발음이 귀에 매우 익숙해질 것이고 "로덴터싸이드"라고 말도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백번 천번 들어도 로덴터싸이드가 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로덴터싸이드가 뭘까요?
쥐약입니다. 이제 로덴터싸이드가 쥐약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는 "로덴터싸이드"를 들으면 쥐약의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바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위 예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성인은 반드시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매칭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아직 뇌가 한국어로 세팅이 되기 전인 어린 아이들은 영어를 영어 그 자체로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공부는 어릴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다만 아직 한국말도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 영어부터 들려주거나, 두 언어를 동시에 들려주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는 나이가 들고 언어소통이 가능한 상태에서(유치원 정도)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2. 성인이 되어서 공부를 시작했다면 읽기와 쓰기가 더 중요하다.
듣기와 회화를 중시하는 요즘의 트렌드와 좀 배치되는 생각처럼 보이지만, 성인에게 있어 영어공부는 일종의 암기과목과도 같습니다.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성인은 rodenticide [roudéntəsàid, 로덴터싸이드]는 쥐약이다~ 라는 것이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야 나중에 이걸 들어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암기과목을 공부할 때 우리는 대부분 읽거나 씁니다. 들으면서 암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읽고 쓰는 것이 암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들으면서 암기하는 것이 더 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읽기와 쓰기가 암기에 더 편합니다.
다만 다른 암기과목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확한 발음과 큰 소리로 또박또박 읽으면서 암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쓰기 연습 또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것을 그대로 써 보면 아마 앞뒤가 맞지 않고 문법적으로 엉망인 문장이 나올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죠. 말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가능한 정확한 문법을 갖춘 완성된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어 역시 마찬가지인데, 정확한 문법을 갖춘 문장력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작문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충실한 읽기 및 쓰기 연습이 바탕이 된 이후에 듣기와 실전회화 연습을 수행하는 것이 좀 더 탄탄하고 기본기있는 영어실력을 키우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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